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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瑞雪)이 내리던 날 순대국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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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설(瑞雪)이다.

첫눈이 진누개비라도 내리고, 찬바람에 오들오들 떤다면 끔찍한 겨울의 서곡으로 머리가 지근지근 아팠을 것이다.  그런데 소복소복 내린 눈이 양지에선 녹고 있으니 올겨울은 날씨로 분탕 칠 것 같지 않아 안심이 된다.

하지만  이상기후가 너무나 변덕을 부리니 알 수 없다는 이야기도 괘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올여름 일본은 한때 주일마다 태풍이 왔고, 중국에서는 싼샤댐이 터진다고 유튜브에서 심심치 않게 방영했고, 파카스탄은 전 국토의 3분의 2가 홍수로 물에 잠기었다고 하니 기후가 미친것은 틀림이 없다.

 

 

나이를 먹어도 때로는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동패들은 모아 오랜만에 덕산 온천장에 있는 순대국밥집으로 갔다. 맘먹고 떠나는 원정 먹거리 탐방도 아니니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서 몸이 나를 것처럼 가벼워졌다.

 

(2)

"  첯눈도 왔고~ , 풍수해 없는 우리 고장이 고마워 기분으로 선지를 무료로 주니 잡수 시드라고~" 하며 주인아주머니의 입담과 함께 손 크게 선지를 2 대접이나 주었다.

" 송소희가 옆집에 살았지요 " 서빙하는 아주머니도 덩달아 거들었다. 톱 가수가 우리와 지척에 살았다니 신기 하기도 했으며, 덩달아 으쓱 해 졌다. " 아주머니 송소희의 크는 모습을 지켜 보았겠네요? " 하니 " 아뇨, 이북에서 왔어요." 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듯이 보였다. 탈북 한 아주머니인 것 같았다.

선지 맛이 입에 당겨 자꾸 손이 갔다. 인근 장소의 "뜨끈이 집"에서 맛본 후 처음인 것 같았다. "뜨끈이 집"은 원래는 아주 작은집이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홀에는 탁자가 3개 인가 있었고, 그 옆에 방을 덧 붙여 상을 놓았으니 이것이 전부였다. 천정은 얕고, 문은 갑갑하게 작았지만 걸쭉하고 감칠맛 나는 국밥과 김이 나는 선지가 입에서 살살 녹았다.

근처의 식당들은 거의가 개점휴업이었지만 뜨끈이 집은 손님이 줄을 이었다. 일본 여행 시 후쿠오카에서 본 라멘 맛집이 생각날 정도였다. "뜨끈이 집 이러다 빌딩 짓겠어 " 하며 자리 나기를 기다렸는데, 어느 날 보니 가까운 곳에 3층 건물의 "뜨끈이 집" 이 딱 하니 서 있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 인가 보다. 같은 사람에 같은 맛인데도 신장개업한 새 건물의 "뜨끈이 집" 은 파라만 날렸다.

 

 

동행한 친구가 자꾸 술잔을 비우라고 채근하며 추가로 소주를 주문했다. 모두가 지금만 같아라 하는 표정들이었다.

 

(3)

행복은 아주 작은 것에서도 찾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곱게 내린 첫눈을 보고 우리들은 행복해했다.  그렇다. 나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리고 가장 작은 것 에서 행복을 찾자고 다짐했다.

1. 밥상머리에서 반찬 타박하지 말기    2. 적게 번다고 속상해하지 말고 번만큼  쓰기.   3. 식당에서 친구들보다 먼저 밥값 내기 등 등

 

 

 눈은 가야산을 하얗게 덮었으며, 천하명당 남연군 묘도 덮어 버렸다. 대원군도 연천에서 천하명당인 이곳으로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이장한 후 천하를 휘어잡았다는데, 예전의 곤궁함을 잃지 않고 자기 절제를 하였다면 역사는 어떻게 번하였을까 하고 생각도 해 보았다. 자족이 행복의 첩경인 것 같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 주는 눈 이 있기에 이 풍진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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