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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이 된 친구에게 보내는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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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알람이 울렸다. 나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친구에게 전화했다.

일어난 거야? 난 지금 나가는데~”

알았어~”

내가 항상 먼저 전화를 했으며, 그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나 스스로가 그의 알람이 되었고 그와의 새벽 자전거 동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멀리서 가로등에 비친 긴 그림자와 함께 그가 서서히 다가왔으며, 우리는 삽교천 서커스공연장 앞에서 만나, 말없이 페달을 밟아 늘 다니던 자전거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운전양수장에서부터 남원교까지 전속력으로 달렸으며, 남원교 위에서 숨 고르기를 하였다.

그는 평소에 술을 즐겨하지 않았으며 내가 권하면 소주병 뚜껑을 주걱처럼 만들어 잔으로 받았고, 나는 핀잔과 함께 뚜껑에 술을 따라 주었다. 그런 그가 새벽 자전거를 탄다고 한다. 평소에 쌀 동아같이 활기차고 말도 잘하던 그가 말도 별로 없고 더구나 새벽 이불을 박차고 자전거를 탄다고 하니, 나는 그에게 별종이라 면박을 주었었다.

어느 날 내 손을 자기 장딴지에 얹어놓고

다리 근육량이 많아졌어! 한번 만져 봐

하며 자랑을 하곤 자전거를 탄 덕분이라고 자전거 예찬을 늘어놓았다. 그리곤 자전거를 혼자 타니 별로라고 하며 은근히 같이하자고 권유했다. 나는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위로한답시고 상투적인 빈말을 내던지기는 싫어 내일부터 나도 자전거를 탈게하고 약속을 했다.

 

 

그날부터 새벽 5시에 우리는 삽교천 서커스장 앞 광장에서 만나 소들 쉼터까지 갔다 왔다.

내가 삽교천의 서커스장 앞 광장 가려면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으며, 처음엔 아내도 어리둥절해야 했고 그냥 운동하는 거야라고 적당히 왜 둘렸다. 이렇게 하기를 한 달, 하루도 거르지 않았으며, 우리는 소들 쉼터에서 삽교천 물비늘이 어른거리는 여명을 보며 무언의 대화를 했다.

주말이면 밤낚시 하는 강태공들이 즐비했고, 갈대숲에서 푸드덕거리는 오리도 만나고, 새벽하늘을 까맣게 덮는 가창오리 떼도 보았고, 날마다 남원교 다리 근처에서 꼭 만나던 걷기 부부도 만났다.

그때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전거로 금강 종주를 하는 거야, 그리고 후에 시니어 사이클 대회에도 나가자~”

그 후 나는 공주에서 부여까지 자전거 길을 조사 했고 세부적인 계획도 세웠다. 계획서를 본 그는 흡족해했고 가족들의 허락도 받았으니 그동안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하며 열심히 운동도 했다.

이를 알아차린 다른 친구들은 환자를 데리고 어딜 갈려고 하느냐고극구 반대해서 고심하다 그에게 넌지시 요즘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금강 종주는 그만두자라고 말했고 그도 수긍해 주었다

 

 

그도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것을 알았는지, 그의 요청으로 우리는 부부 동반 점심을 겸한 나들이 했다. 점심 식사 후 정토사에 들렸을 때 사후 절에 위패를 모시는 내용을 심각하게 물었다.

요양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임종 전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친구들의 마지막 모습을 가끔 보아 왔지만, 지난날 자전거를 타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주마등같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마음이 괴로웠다.

그의 장례 날은 날씨가 청명했다. 그가 누울 광중의 토색은 선홍색으로 깨끗했으며, 산역 하는 사람들도 열심히 했다. 평소 그가 닦은 공덕 때문일 것이다.

그때 삽교천의 소들 쉼터에서 주워온 플라스틱 부표가 뒤웅박처럼 지금도 내 집 앞 나무에 매달려 있다. 구름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그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그 친구는 알려주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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