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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했던 안면도 에서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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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위도 막바지이니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코앞이다. 오늘 단호박 싸았을 파종하고 나니 작년 한 해가 넘어가고 새봄의 시작이 됨을 실감하였다. 지구가 미친 듯이 온탕과 냉탕을 번갈라 가니  3한4온은 일 찌감치 뒷전으로 물러섰고,  계절과 관계없이 셔츠와 파카를 번갈아 입어가며 한겨울을 보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최근 아이들과 함께 했던 것은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함께 했던 안면도 에서의 추억하 삼삼해진다.

밤하늘의 벼를 보며  상념에 잠겨 있을 때 막네 손녀는 "할아버지 뭘 봐" 하며 내 볼을 쓰다듬고 있었으며, 나는 꼬리를 끌며 흐르는 유성을 보면서 "  네가 먹던 빼빼로 같은 별똥별이 어디로 떨어지는지 모고 있었단다"  하며 평상에 내린 찬 이슬은 손바닥으로 훔치곤 " 이제 그만 들어가 자자~" 할 때 인근의 교회에서 제야의 종소리가 흘려 왔다. 나는 두 손을 모아 오늘의 행복을 안겨준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기도 대신 막내손녀의 손을 꼭 잡았다.

 

 

아들은 천안에서, 두 딸은 용인과 동탄에서 각각 출발하는데  나의 내외는 빨리 오는 차를 편승하기로 했다. 식구가 가장 많은 작은딸이 먼저 도착했으며, 작은딸은 안면도가 거리도 얼마 되지 않으니  그냥 타라고 해서 망설이다 그냥 탔다. 아직 간월도에 못 이첫는데 차가 막혀 꼼작도 않는 다. 안면도에서 해맞이를 하려는 인파인 것 같았다.  정원 초과이지만 아이들을 끼어 앉고 가면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한 것이 패착이었다. 몸을 배배 꼬는 작은 녀석과  소변 마렵다고 울부짖는 큰 녀석 , 멀미에 구토하는 막내 녀석의 이 아수라장이었으며, 덩달아 신경질 부리는 딸이 밉기까지 했다.

아이들 틈에 낀 아내는 어쩔 줄 몰라하며 아이들을 달래기 여념 없었다. 내가 만약 승용자가 있어 이틈에 끼지 않고 홀기분하게 왔다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아내에게 미안해 큰 짐을 지는 것 같았다. 몇 년 전 문경의 마을기업 박람회 참석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며, 옆자리에 탄 아내에게 다음에는 탑차 아닌 승용차로 어딘가 갈 수 있게 할게~라고 약속했었는데 아직까지 이를 못 지키고 딸아이의 차에 편승해야 하니 딱 하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눈 찔금 감고 중고승용차 라도 사면 못할 바도 아니지만 차를 두대씩이나 같고 있다는 것이 어정쩡해서 미루어 왔는데, 오늘처럼 난감한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엔들 생각했겠는가?

 

 

모두가 파김치 되어 퍼져 있는 모습이 마음 상하여 펜션옆의 둑길을 걷고 또 걸렀다. 내가 어릴 때  들은 이야기로는 미국은 한집에 차가 두 대씩 있으며, 길옆에  버린 차가 있고, 쓸만한 차도 폐차장에 가면 수두룩 하다는 말을 듣곤 " 거짓말 작작하라고~  아무리 미국이라도 믿을걸 믿으라고 해야지~" 하고 어깃장 놓던 생각이 났다.

지금 우리는 차를 한두 대씩 가지고 있으면서도 소금물 들이키듯 무언 가를 더 갖으려고 한다. 잠뱅이를 걸치고 보리고개 넘는 것을  크나큰 고비로 알던 때가 100년 안쪽인 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이었다. 그런 우리가 영혼마저 딸딸 털린 뚱보 돼지가 돼버렸다. 굼주렸으나 승냥이 같은 기상을 잃지 않았던 그 시절이 오늘따리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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