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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농업/다육이 키우기

오만 방자한 너의 자태 응징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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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온종일 가을비에 바람까지 불에 한껏 물들었던 가을 단풍이 추풍낙엽의 신세가 되 버렸다 그런데 유독 빨간 열매까지 배태한 사철나무의 푸르름은 오만 방자 하게까지 보였으며, 응징하고 싶은 이단 처럼 생각이 되어졌다.

겨울의 나목의 틈에서 고고한 푸르름을 칭송하던 사철나무를 왜 응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나의 심리상태를 생각하니 퍽 하고 웃음이 나왔다.

 

 

올 가을 에는 곱게 물든 단풍나무 감나무가 서늘한 가을바람에 기러기 소리 들으며 뱅그르르 떨어져 차곡차곡 쌓이면, 그중 몇 개를 골라 책갈피에 끼워 두고 가을향기를 음미하고 싶었으며, 몇 개는 골라 단풍의 함의를 알려준 친구에게 보내줄 생각 이 엇다.

그런데 회방꾼인 비바람이 나의 희망을 몽땅 일그려 놓고 말았다. 단풍은 낙엽이 되어 이리 몰리고 저리 쓸려 날라가 버렸다. 아침이면 쌓이는 느티나무 잎새를 몸서리처 하는 아내는 바람이 쓸어가 버리는 낙엽의 모습을 보고 좋아라 한다.

하지만 내가 듣는 바람소리는 바로 장자(莊子) 가 말 하는 바로 그 바람 소리였다.

 

대지가 그 억트림하며 내는 숨을 바람이라 한다. 바람은 자주 불지는 안는 다만 불었다 하면 온갖 구멍이 노하여 소리 친다. 너는 윙윙거리는 바람소리를 잘 들어 보라. 높은 산속 큰 나무에 수백개의 아름드리 구멍은 코 같고, 입 같고, 귀 같고, 들보 같고, 술잔 같고, 웅덩이 같고, 구덩이 같아서, 바람이 불면

 괄괄 흐르는 물살소리, 사납게 부르짖는 소리, 꾸짖는 소리, 흐느끼는 소리, 절규하는 소리, 호통치는 소리, 웅 웅대는 소리, 새 우는소리가 나는데

앞의 소리가 휘웅소리치면 뒤에 소리는 우우하고 따른다. 조용한 바람에는 작게 화응 하고 거센 바람에는 크게 화응하며 매서운 바람이 지나가면 구명은 공허해진다. “

 


한차래 광풍이 지나간 자리에 사철나무가 잎을 반짝거리며 배시시 웃고 있었다. 눈을 머리에 이고서도 변함없는 모습의 사철나무를 끔찍이도 좋아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아니 배신감을 느꼈고 응징하고 싶었다.

 

 

내가 곱게 물든 단풍을 천착하게 된 것은 친구 때문이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터를 잡은 친구는 전에는 애경사에서 꼭 보았지만 요즘은 간간히 소식을 듣는다. 곱게 물든 단풍은 잘 익어가는 인생과 같다고 그는 내게 알려 주었다.

나는 한때는 초년에 성공하고 요절한 삶을 보곤 인생은 굵고 짧게~ “라며 동경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인생은 가늘게 그리고 아주 아주 길게~” 가 맞는 것 같다.

곱게 물든 단풍이 살랑 바람에 떨어져 누군가의 책갈피에 끼워 저서, 단풍의 향기를 책장에 솟아 내는 것이 지금 바라는 나의 삶이다. 이을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이 친구였다.

나의 친구 중 고관대작은 없다. 하지만 작은 파장 에서도 늘 부침은 있었다. 그리고 친구의 곱게 물든 단풍의 정론은 부침에 대입해 보니 맞았다.

나에게 가르침을 준 친구에게 나는 곱게 물든 단풍을 보내겠느라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이번의 광풍이 나의 바램을 위기로 몰아넣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잎은 바람을 버틴 더 강한 잎이며 더 곱게 물들 것이다. 이직도 많은 잎들이, 남았으니 이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잎으로 친구에 보답하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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