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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의 스마트 세상 이야기/문구현의 전자책

염소뿔도 녹이려는 불볕 더위와 맞장 뜨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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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년 전에 병명도 모르는 희귀병으로 농사도 접고, 경운기와 트랙터도 팔고, 한 치 앞을 모르는 시간을 보냈었다.  

그런 그가 다시 돌아 왔다. 

주위에서는 그를 반기며 무리 하지 말고 몸조심하라고 일렀다. 

 

그의 외형은 모똑 하면서도 다부지며, 머리는 반백 인데다 싱겁게 웃기를 잘했다. 친구도 별로 없는 그는 이른 아침이나 오후 시간에 혼자서 운동으로 걷기를 하는데 철드럭 철 드럭~철 드럭~ 걷는 모습이 마징가Z 같았다. 

 

 

그가 꼭두새벽에 들깨 모종를 경운기에 가득 실고 그의 처와 함께 와서 나의 마당에 세웠다.

 

 " 새벽에 경운기 소리 우당탕 거려 미안 허여 " 

 

히죽이 쓴웃음을 지르며 미안해 했다.  그의 밭 까지는 길이  없어 나의 마당이 그의 하치장이었다. 

  

나뭇잎 사이로 퍼지는 햇살은 마구 살갗으로 파고들어 벌겋게 익어 버리니 햇살이 원폭의 섬광처럼 두렵기만 하다. 

햇볕이 골고루 퍼져야 곡식이 여물어 가지만, 너무나 무지막지한 햇살에 견디지 못한 옥수수 토마토가 축 처져 말라 들어 죽어가고 있다. 

 

 

이 난리통에 살아남는 농작물은 들깨 뿐이며, 농부도 온몸을 감싸고 눈만 빼꼼히 내놓고 들깨를 심고 또 심는다.  그렇고 보면 들깨 품성과 농부는 서로가 닮은것 같다. 

 

 들깨는 농사짓기가 너무 쉬워 누구라도 겁없이 농사를 지을수 있다 하지만 고소한 들기름은 식용기름 중 왕중왕이며, 맛 또한 고소롭다. 

 

농부의 처는 몸매는 빠르고 민첨 했으며, 손놀림이 무척 빨랐으나 농부는 몸이 따라 주지 않는지 한쪽 다리는 쭉 뻣고 엉덩이로 뭉처 가면서 심는다. 땀방울이 등 위로 흘러 내리고, 고무신은 땀에 젖어 미끈 거린다. 

 

 

말통으로 가져온 밋한 식수마져도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그들은 천형과 같은 고행을 하면서 왜  불 별에서 들깨모종을 심을까? 

들깨를 수확해서 시장에 팔어도 농부의 살림살이가 크게 펴지지 않을것 이며, 오히려 몸이 멍들고 축이 가서  병원비와 약값이 더 들지도 모른다. 

 

그가 악착같이 모종을 심는 것은 농부 이기 때문 이었다. 

농부는  땅 놀리는 것을 못 참는다. 농부는 다 큰딸을 시집 보내듯이 제때 모종을 밭에 심지 못하면 못 견딘다.  

 

이런 농부의 마음을 우리는 농심 이라고 부른다. 

 

그는 밭에 들깨 모종이 채워지고, 비라도 촉촉이 내려 푸릇푸릇 하면 일그러진 얼굴이 펴지며 세상을 다 갖은 듯이 천진스럽게 웃을것 이다.

그는 정령 염소뿔도 녹이려는 불볕더위와  맞짱 뜨는 농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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