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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인문학

추석명절날 손녀를 통해서 본 코로나 이후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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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랬만 훌쩍 큰 손녀들이 왔다. 그런데 애들의 행동은 많이 바뀌어 무슨 일을 하고 나면 꼭 손을  씻었고,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썻다. 보기가 안쓰러워 집안에서는 마스크을 벗으라고 하면 마스크를 벗었다가 금방 썻으니 아무래도 마스크를 써야 안심이 되는 모양 이었다.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는 아이들의 경우 무척 빠르다. 초크랫을 즐겨먹던 이이들이 아이스케이크을 즐겨 먹으며, 어린이 에니메이션인 아기상어나 공룡 특공대를 보던 아이들이 트로트를 즐겨보며, 미국인 트로트가수 마리아의 팬이 된것은 의외의 변화된 모습 이었다. 

 

 

 추석 민심을 잘 알려주는 지역 의원의 현수막도 추석맞이 귀성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아닌 “ 힘내세요” 라는 문구 일색이며, 거리도 무척 한산하다. 제수용품도 이미 홍동백서나, 조율이시의 차랫상 정석이 사라지고, 간단하면서 일상 먹는 음식들로 채워지는 추세이다.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사가 추석명절의 풍속도를 완전하 바꾸어 놓았다. 이미 이웃과의 단절은 도시의 아파트 수준이며, 개인주의의 극치이니 각자가 각자의 섬에서 살고 있는 모습이다. 4차 재난 지원금은 세대주가 수령해서 썻지만 5차 재난 지원금은 개인 각자에게 지급하며, 온라인으로 수령 할수 없는 고령화 농민들에게는 행정관서에서 각자에게 카드를 만들어 준다. 지원금 못지않게 부대비용이 적지 않을것 같다. 

예전엔 추석은 한가위 라고도 하였고, 중추절 이라고도 하였으며, 일 년 내내 추석만 같으라고 하며, 높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면 이웃과 함께 술과 송편을 나누어 먹고, 함께 수다도 떨며, 눈두렁 이웃과는 지난 농사철 다투었던 앙금도 풀고 추석을 즐겼었다. 이발소엘 가면 자른 머리카락이 평소의 서너곱이 나오고, 이발사는 다리가 부어 아프다고 엄살이 깨뚝벌래 였고, 동네마다 돼지를 잡고 마을 회관에서는 노래자랑을 하였었다. 시속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고 하였는데 변해도 너무 빨리 변하는 시류에 전율이 느껴진다. 휘영청 보름달을 보며 기원도 했고, 가족과 성묘도 갔었는데, 이젠 성묘도 온라인 으로 하라고 한다. 실제 접속해보니 아직은 준비중 이며 등록된 공원묘지에서  가능한 시스템 이었다. 

식당에서는 3인 이상은 출입 금지 이며, 주인이 이를 어겼을 경우 벌금이 주어 진다고 한다. 식당안 에서도 음식 나올 때까지 마스크를 써야 하며, 말도 하지말고 음식을 먹은후엔 즉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한다. 말에겐 재갈을 물리고, 소에갠 부리망을 쉬웠는데 인간 에게도 마스크를 쒸우니 말과 소가 인간을 보고 고소해 할것 같다. 어떤 일이나  관성이 붙게 마련이며, 동작을 중지 하려면 시작할때의 에너지 만큼 소요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단언컨데 지금까지의 관성은 더 가속되면 되었지 후퇴 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 이다. 

 손녀의 온라인 수업을 항상 반신반의 하며, 법정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생각해 왔다. 

시청 평생교육원에서zoom으로 강좌가 있다고 하며 id와 pw을 보내 왔다. 일단 호기심으로 접속 하였는데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진지한 수강을 할수 있었다.  온라인 강사는 오프라안 강사보다 디테일하고 하이 테크닉만 있으면 제대로된 강좌를 할수 있다는것도 경험으로 알았다. 온라인 수업도 이젠 변할수 없는 대세 이며, 코로나와 관계없이 우리 손녀가 공부해야할 하나의 수업 형태로 정착 할것 이다. 

 

 

 보름달이 떠오르니 아이들은 마당에 텐트를 치고, 바닥엔 쿠션 깔게를 깔고 달을 처다 보고 있었다.

저녁 내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며 시간땜을 할줄 알았는데 의외의 반전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달을보며 애들한테 물었다. 

“ 달에 무었이 보이니?” 

 몬스터호텔이 있는것 같은데요”   “슈렉이 보이는것 같아요”  “ 붉은 돼지요” 

하나같이 넷프랙스에 있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었다. 옥토끼가 떡방아를 찧는 이야기는 통할것 같지 않이 그만 두었고, 아이들이 한동안 달구경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고, 너희들도 깊히 내재되어있는 인성은 변할수 없다는것을 다시 한번 확인 하고 저윽이 안심이 되었다.  아무튼 멋진 꿈을 꾸고 상상을 날개을 펴며, 세상을 품을수 있는 손녀가 되기를 보름달에게 기원했다.  실은 평소에는 때로는 공격적이고 때로는 심한 조울증의 초기증세처럼 센치한 모습도 보이는 정서불안 같은 모습 이었다.  먼훗날 이이들이 기계인간처럼 정서가 메말르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을 했었는데 그럴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밤이 깊어지며 역사에 흥미 있어하는 큰 손녀 에게는 중국 시안에서 본 용마병갱의 이야기를 해  주었고, 진시황능의 내부가 수은으로 장식했다는 사마천의 사기 이야기와 양귀비, 안녹산의 이야기도 해 주었으며, 그때 가져왔던 책을 선물 했고, 작은 아이들은 자기가 가지고온 사슴벌래에게 젤리를 주면서 키우는 방법을 이야기 했고, 또 나는 열심히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사슴벌래의 잠자는 습성 , 젤리는 먹는 이야기,  등을 이야기 하며 밤은 깊어졌다. 

 이이들은 자기 일은 자기가 하는 습성이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전에는 아이들이 올때마다 장난감, 옷, 간식등 뒷따라 오는것이 많았으며, 녀석들은 이 물건들을 챙기지 않아 한참 놀다보면 방이 온동 난장판 이었고, 돌아갈때면 주섬주섬 챙겨가며, 돌아간 후엔 빼놓고 간것이 수두록 했다. 그런데 놀랍도록 바뀐 아이들은 꼬박꼬박 자기물건은 자기가 챙켰다. 처음엔 신통방통 하며 놀라워 했는데 자신의 마스크를 챙기는 습관의 연장으로 소지품도 챙기는 것 같았다. 

자신의 신변 정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곤 섬뜻 하면서 앞으로의 생존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거리는 텅 비어 유령의 도시 같았다. 평시보다 한산한 거리는 적응이 되지 않는 펜데믹 그 자체 인것 같다. 도시엔 열기가 있어야 도시의 기능을 하는데 이대로 주져 않는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우리 아이들이 바뀌듯이 도시도 어떤 형태로든지 바뀔것 이다. 이를 주시해 본다.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일들이 코로나를 기점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는 불가역적인  추세라는것을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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