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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인문학

대한민국의 진주 가로림만 에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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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인 한글날 나는 태안군 이원면에 있는 새섬 리조트에서 하루를 보냈다. 가로림만 해변에  위치한 새섬 리조트에서 본 가로림만은 온전한 생태보전지역으로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이며 여의도의 31배 크기의 면적이라고 한다. 내가 도착하였을 때는 간조여서 건너다 보이는 대산까지 갯벌이 드러나 있었다.

 

 

해변의 리조트는 흔히 출렁이는 바다와 연관되어 보아 왔는데, 속살이 드러난 갯벌이라니 처음에는 적응이 되질 않았다. 짐을 풀고 우선 뻘의 민낯을 보고 싶어 갯가로 같다. 아직도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응집된 나의 본능은 살아 있는 가보다. 밀려든 자갈과 바위와 모래톱을 따라 얼마쯤 가니 혹 같은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작은  섬이 있었다. 좀더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뻘이어서 눈으로 만족하고 그냥 돌아왔다. 뻘안에는 또 다른 세상이 지금도 끊임없이 움직일 것이다.

 

 

서산과 태안 사이에 있는 가로림만은 호리병처럼 되어 있으며 입구는 폭이 3.2km이고, 해역의 면적은 112㎢이고, 갯벌의 면적은 81.9㎢라고 한다. 한때는 조수 간만의 차이가 커서 조력발전소 건립이 논의되었다지만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현재는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국내 갯벌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며, 주민들은 양식업과 연안어업을 종사하고 있다. 현재는 보이는 그대로 갯벌이지만 해양생태 공원을 만든다고 하니 시간이 걸리겠지만 좋은 그림이 나올 같다.

나는 아직 본 적이 없지만 이곳 가로림만에서 점박이 물범이 산다고 한다. 생태계가 원형에 가까울 때만 생존이 가능하다고 하니 듣기만 해도 뿌듯했고, 오래도록 이 모습을 간직했으면 하고하고 바라었다. 건너편 대산의 중왕리에 박속 낙지탕을 먹으러 온 적이 있었다. 뻘에서 잡았다는 낙지 맛이 그리워 서너 차례 더 왔었지만 가로림만의 전체를 들여다보고 해양생태공원을 만든다는 원대한 프로젝트가 있었는지는 몰랐다.

황금산이 있는 서산 구역이 하이라이트라면 반대편 이곳 태안은 만대항이 기수 역할을 같다. 리조트에서 만대항 까지는 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길이 곧지 않고 과속방지턱도 많아 서행으로 가야 하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만대항에 갔을 때는 만조여서 고깃배들이 많이 들어왔지만 횟집 서너 군데와 등대가 만대항을 지키고 주위는 더 이상 볼 것 없는 황량한 땅끝 마을이었다. 건너편 에는 대산 석유화학공단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지만 이곳은 갈치 꼬리 같은 반도를 구비구비 길 따라와야 하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사람들이 어떻게 이곳까지 흘러 들어와 사는가 하고 신통해할 정도로의 오지인 이곳을 것은 오래도록 기억될 같았다. 이곳 주민들은 호로병 목인 만대항과 대산 사이에 다리를 놓아 달라고 오래전부터 진정했다고 한다.   다리가 놓이면 이곳에서 서산까지 20~30분이면 가는데 지금은 2시간 이상 걸린다고 하니 그들의 애로는 이해가 갔다.

코로나19 걱정을 하면서 이곳엘 왔지만 다른 사람도 제법 많이 왔다. 너무 억압된 생활을 2년이나 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지친 같다. 조심조심하면서도 살금살금 눈치 보아 가면서 밖으로 도독 고양이처럼 조심하는 것이 역역 하다. 나도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그들도 나의 심정을 이해할 것이며 서로가 말이 없고 피해 주면서 묵언 수행하는 행자처럼 나도 나대지 않고 객실에서 뻘을 쳐다보고 있었다. 멀리서 히끄므래한것이 뻘 위로 보이더니 차츰차츰 가까위 진다. 바닷믈이 들어오는 만조 시기가 같다. 나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역동을 보고 싶어 문을 박차고 나왔다. 파도를 치며 물이 들어왔더라면 더 다이내믹 했겠지만 물은 조용히 조용히 들어왔으며,  쑥쑥 들어왔다. 이 넓은 해수면에 눈에 보이도록 물이 올라오는 대자연의 힘이 경이로웠다.

 

 

달의 인력으로 물이 들어오고 나가다니~

그것도 몇 바가지의 물도 아닌 바닷물 전체를 요리조리 시간 맟추어 밀고 끌어당긴다니 자연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어디에서 오는지 경이로웠다. 장자(莊子)에서의  붕새와 곤이를 생각해 보았다. 행성 사이를 여행하는 은하철도 999의 승객 석이도 생각해 보았고, 우주선을 마구 쏘아 올리는 일론 머스크 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결론은 뼐에서 사는 게와 나는 같은 존재였다. 스카이점프에서 차래를 기다리는, 그리고 나는 줄 없이 하늘을 나르는 꿈을 꾸었다.

 늦잠을 탓에 창으로 비춰오는 햇살이 잠을 깨웠으며, 간단히 요기한 후 체크아웃을 했다. 오늘이 마침 동행한 딸의 생일이었다. 나는 딸에게 태안에서 가장 이름 있는 맛집에서 성찬으로 딸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었다. 휴대폰으로 태안 맛집을 검색하나 제일 먼저 화해당이 떴다. 간장게장과 돌솥밥이 메뉴의 전부였다. 꽃게를 좋아하는 딸에게 맞는 메뉴 이라서 일단 마음속으로 정하고 값을 보니 아뿔사 1인당 삼만 천구천 원이었다.

전체 인원으로 계산하니 생각지 않은 계산이 나왔다. 일단 추춤망설여 지다가 딸아이한테 평소에 잘해주지도 못해 미안해하는 맘도 적지 않았는데 이런 때 한번 큰맘 먹자고 하고 흔쾌히 그곳으로 정했다. 맛집에 대한 리뷰도 그럴듯해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갔다.

맛집인데 왜 이리 조용 하지? 하며 다듬이진 잔디밭을 보며 데크를 따라 올라갔다. 꽂게 철이아니어서 냉동꽃게 이겠지만 값도 있고, 이름 있는 집이며, 서울 여의도 분점까지 운영한다는 믿음 때문에 기대했는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정말 같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음식에 냉담해 한다. 아뿔싸 잘못되었구나 하고 털썩했지만 이젠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험~험~하고 헛기침을 하곤 계산을 했고, 딸도 " 아버지 잘 먹었이용. 그런데 거금을 쓰셔서 어쩌지요?" 한다. 하지만 벌래 씹은 모습이었으며, 잘 먹은 표정은 아니었다. 화해당 간장게장은 한동안 안주삼아 우리 가족의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다. 

순천에는 갈대를 테마로 한 국가정원이 있고 창령에는 세계적인 습지 공원이 있다. 이곳 서산태안의 해양생태공원은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10년 후 이곳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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