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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인문학

갈대 같은 내 맘은 끝이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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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행복 장터가 나의 거래처로 편입되었다. 영성이 가득하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문 후 벽화가 눈에 띄게 보이고 고즈넉한 건물들이 조화롭게 들어선 솔뫼 성지에 행복 장터가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D팀장이 오더 주신 목록을 점검하며 첫 거래에서 실수가 없게 부속서류들을 챙겼다. 나는 버릇처럼 약간 긴장하곤 수량을 점검하면서 “ 각각 5세트 개로 할까요~ 3개로 해 주세요” 하며 선뜻 내키지 않아 했던 팀장님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나의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주저주저하는 그녀의 모습이 못내 어른거리었다. “인터넷 검색도 해 보지 않나? 하며 구시렁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곤 픽하니 웃었다.

 



실은 네이버에서 내가 한동안 블로그에 열심히 포스팅 한 덕분에 올리고마을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 있었고, 사람들은 이 포스팅을 통해 나를 인지하곤 했었다. 나의 입점을 열렬히 환영은 못 할망정 물을 건너 장인 x 잡아당기듯 하는 그녀를 맛득잕게 생각하며 길을 나섰다.

우리 집에서 행복장터까지 기는 길은 4차선 고속화도로가 있고, 2차선 국도와 농로를 거쳐 가는 길이 있다. 나는 국도를 거쳐 농로로 접어들었다, 시간도 더 걸리고 차량 교행에 신경도 쓰였지만, 농촌의 풍광이 좋았고, 농부들의 일 하는 모습이 좋아서였다. 남들은 평생 보고 또본 농촌의 풍광과 농촌이 무엇이 좋으냐고 말하겠지만 밭둑에서 질펀히 자리 깔고 새참을 먹는 모습을 보면 한없는 평화를 느낄 수 있어서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들판에서 일하다 새참 때만 되면 고개를 외로 빼고 밥 고리만 기다린다. 누군가가 밥 고리 떴다 하고 소리치면, 모두 동작 그만하고 장 단지에 거머리기가 주머니처럼 대롱대면 확 떼어 내동댕이친 곤 둑으로 엉금엉금 기어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근처 사람만 얼 적 거리면 기어코 불러대니 일꾼보다 객꾼이 많다고도 했다. 막걸리 한 통이 금세 바닥나고 늦게 온 사람은 손가락으로 장아찌만 오물거렸다. 지금은 개그맨 이자만 그때만 해도 입심 좋은 사람은 인기 만점이었다. 한 사내가 입에 게거품을 물고 두 팔을 흔들면서 시답잖은 웃음소리로 좌중을 웃겼다. 이런 일이 멀지 않은 지난 이야긴데 가마득한 옛이야기처럼 들이는 것은 우리의 변화가 너무 급격히 이루어진 탓 이리리라.

베네딕도 수도원을 지나 솔뫼성지 안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마침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버스 몇 대 와 승용차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수차래 경내로 들어가 김대건 신부님의 생가도 보아왔고, 동상도 보아왔고, 솔뫼라고 불리는 소나무 동산도 걸어 보았지만 그때는 모를 나의 새로운 거래처 행복 장터가 이곳에 있는 뜻 모를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절에 가면 정갈한 분위기에 흠뻑 빠지고, 성당엘 오면 장엄한 고딕의 뾰족 지붕과 사제들의 엄숙한 모습에 압도당할 뿐 믿음에 대해서는 방랑자였으며 지금도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창조주를 믿는다. 생명의 신비는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어도 우리가 아는 것은 전체의 7% 정도이며, 이직도 깜깜이라니 창조주를 믿을 수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단 한가자 확실한 것은 나는 무신론자는 아니라고 자처해 본다.

 

 


매장에 들어서니 직원은 아무도 없어 두리번거리다 사무실엘 갔더니 역시 아무도 없었다. 
그때 뒤에서 ”올리고마을에서 오셨죠. 오시느라고 수고하셨어요 “ 하고 아침 이슬과 같이 상쾌한 인사를 했다. D팀장이었다.

아침까지 만 해도 만약 그녀가 깐깐하게 대하여도 맘 상하지 않고 시치미 떼고 웃어보자고 다짐했지만, 내가 나의 성격을 알기에 그게 잘 될까 걱정했다.
그런데 뒤돌아 보니 D팀장님이 마스크를 했지만 눈웃음으로 반긴다. 그녀가 웃었다. 나의 긴장감이 눈이 녹듯이 순간 녹아감을 느꼈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는 외투를 입고 마스크를 하고 단발머리를 한 모습이 처녀 갔어 보였으며, 수더분한 중년보다는 깐깐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나이 지 트림한 중년이었으며, 그녀는 무척 온화했고 나에게도 존칭으로 대해 주었다. 나는 아무리 젊은이라고 결코 하대 하지 않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녀도 나의 태도에 호응하는 듯했다. 

하늘이 파랗고 솔바람이 반쯤 열린 차창으로 불어온다. 나는 작은 성취감에 행복해했다. 모든 일은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묵묵히 기다리면 잘 풀라는 것은 다시 절감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지나친 걱정에 묻혀 사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 모처럼 부탁한 나의 청이 친구에게 무안당할 것 같은 적정, 우리는 걱정 속에 묻혀 산다.
농부들은 흔한 속담으로 ” 마당 터지는데 솔뿌리 걱정한다 “라고 한다, 나도 이런 걱정 속에 묻혀 사는 건 아닌가 스스로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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