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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인문학

안개낀 경춘가도에서 이른 아침의 안개가 자욱 하다. 계절이 바뀌면서 안개를 자주 보게 되지만 가을의 짙은 안개는 흔하지 않은데, 오늘 새벽 안개는 유별나다. 내가 사는 이곳은 아산만이 인접해 있어 늘 안개에 대한 트라우마에 살고 있다. 서해대교는 안개 상습지역 이어서 봄철이면 해수면의 습기와 대기가 만들어낸 안개 때문에 곧잘 대형사고를 유발한다. 봄철의 짙은 안개는 한치의 앞을 가리지만 겨을의 새벽안개는 애교에 불과하다. 나는 오늘의 가을 새벽안개에서 상념에 잠겨 있다. 오래전 내가 군에 입대하여 명월리 보충대이 있을때 이른봄 새벽 안개는 지독 했었다. 안개 때문에 지척이 안 보이고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만 들렸고 잠못이룬 소쩍새가 울어 대는 무협지 에서나 볼수 있었던 괴기한 광경 이었다, 안개가 흩어지면서 지뢰표시와 .. 더보기
추석명절날 손녀를 통해서 본 코로나 이후의 세상 오랬만 훌쩍 큰 손녀들이 왔다. 그런데 애들의 행동은 많이 바뀌어 무슨 일을 하고 나면 꼭 손을 씻었고,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썻다. 보기가 안쓰러워 집안에서는 마스크을 벗으라고 하면 마스크를 벗었다가 금방 썻으니 아무래도 마스크를 써야 안심이 되는 모양 이었다.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는 아이들의 경우 무척 빠르다. 초크랫을 즐겨먹던 이이들이 아이스케이크을 즐겨 먹으며, 어린이 에니메이션인 아기상어나 공룡 특공대를 보던 아이들이 트로트를 즐겨보며, 미국인 트로트가수 마리아의 팬이 된것은 의외의 변화된 모습 이었다. 추석 민심을 잘 알려주는 지역 의원의 현수막도 추석맞이 귀성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아닌 “ 힘내세요” 라는 문구 일색이며, 거리도 무척 한산하다. 제수용품도 이미 홍동백서나, 조율이시의 차랫상 정석.. 더보기
새 천년을 시작하는 영탑사에 새로운 전설의 옷을 입히자. 운 좋게 영탑사에 들린 날은 영탑사가 불사 준비를 위해 한참 새 단장을 하고 있는 날이었다. 대웅전 요사채 유리광전의 문을 활짝 열어 재치고 법석과 불상에 대지 기운을 충진하고 있어 나는 어렵지 않게 범종, 금동비로자불나한상, 약사여래상을 친견할 수 있었다. 다보탑은 단아했고 석가탑은 기상이 넘치는 천년 신라의 보물이며, 이들은 불국사의 대웅전 앞이 있다. 영탑사가 영험한 탑을 지니고 있는 사찰이라고 한다면, 영탑사의 주체인 7층 석탑이 촌스런 이름이 아닌 더 기품 있고 아름다운 이름의 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7층 석탑을 개명해서 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사찰의 이름값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절절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옷을 입히면 금상첨화 일 것이다. 기단도 없이 .. 더보기
당진 아미산(峨嵋山) 산행기 택배 발송을 끝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아미산을 찾았다. 이제부터 일주일 동안 추석 연휴이니 이젠 내 세상이다. 황금 같은 일주일을 어떻게 보낼까 설래 지는 것을 보면 나의 존립 근거가 되는 택배 발송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크긴 컸었던 것 같았다. 하늘은 높고 공기가 청명 하며 햇볕은 따사로웠지만 땀은커녕 시원한 바람이 상쾌하다. 아미산의 식생은 소나무가 주종이고 굴참나무 떡갈나무 오리나무가 간간이 섞여 있으며, 이미 낙락장송의 풍모를 보이는 녀석도 있지만 대부분의 소나무 들은 아직은 한참 커야 할 어린 녀석들이다. 잘 닦아진 임도를 걷고 있지만 숨이 가빠진 것을 보면 나의 방콕 시간이 너무 길었나 보다. 아미산을 끼고 산다고 맘만 먹었지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것을 증명한 샘이다. 걷기 운동을 하겠다고 스마트.. 더보기
오페르트가 도굴한 남연군묘는 지금 발굴중 권좌에 오른 대원군은 주마등 같은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그의 특기인 난초를 치고 있었다. 안동 김 씨 삭망의 개까지 되면서도, 천하명당인 가야산 아래로 남연군의 묘를 이장하면 자식이 임금이 된다는 믿음 때문에 버티어 온 보람이 있어 이제는 대원군이 되어 천하를 호령하고 있다. 경복궁도 마무리 짓고 비변사도 폐지하고, 이제부터 할 일이 첩첩산중이지만 천주교도 들만 조용하면 세상은 태평 성대 일 텐데, 천주교가 문제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때 급보 들어왔다 내용은 "남연군의 묘가 서양인에 의해 도굴" 되었다는 내용 이었으며, 천하가 무너져도 꿈쩍하지 않는 대원군은 부들부들 떨며, 노기가 충전하여 길 기리 날뛰고, 불 호령이니 주위가 얼음장으로 살기마저 느껴졌다. 1868년 상해에서 오페르트는 페롱 신부와 안내.. 더보기
신리성지의 추억 문짝이 와장창 부서지고, 관졸들이 육모 방망이를 휘두르며 봉두난발한 사내를 댓돌 위에 내 동댕강이 치니, 머리 얼굴에서 선혈이 낭자한 사내는 마당에 폭 고끄러 지며, 관졸은 사내를 무참히 때리고 또 때리더니 포승줄로 묶어 끌고 갔다. 이 집은 손자선(세례명 토마스)의 집이었으며, 기거하던 다불뤼 주교를 찾던 관졸들은 광분하여 보이는 사람이며 마구 체포하였다. 다불뤼 주교는 거더리 에서 체포되어 순교하였으니 이곳이 신리 공소였다. 이렇게 무섭고 험악했던 장소에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스럽게 놀고 있었다. 내가 처음 신리에 간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신촌초등학교 교사였던 부친을 따라 신리공소의 옆 단칸방에서 생활을 했을때 였었다. 짚누리가 산처럼 높았었고, 싸락눈이 내릴 때까지 벼를 타작 했던 것을 .. 더보기
면천읍성의 진정한 홍보대사는 연암 박지원 우람하고 뚱뚱한 그는 지묵필을 가지고 다니며 연행길에서도 쉴사이 없이 적고 또 그린다. 건장한 말을 타고 나는듯이 달리는 청나라 군사와 조량말 타고 견마 잡히며 떨어질까 두려워 떠는 조선인을 비교하며 한탄하던 연암은 산해관에서부터 더욱 더 바빠진다. 지금의 젊은이가 스마트폰으로 쉴 새 없이 사진을 찍듯이~ 이런 연암 을 지금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소흘했던 연암 박지원의 흔적를 되살리고, 고증을 통해 “연암 문학관”으로 복원한다고 한다. 골정제와 건곤 일초정은 박지원이 면천군수 재직 중에 만들어졌다. 따지고 보면 면천읍성 홍보로는 연암 박지원보다 더 좋은 캐릭터는 없을 것 같다. "연암 일기"로 베스트셀러 문장력이 인정되어 벼슬길로 갈 수도 있었지만 백탑파 동지들과 어울리며 세월을 즐기다 .. 더보기
러브 스토리의 산실 필경사 평택항에서 자동차를 가득 실은 화물선이 뱃고동을 울리고, 필경사 바로 뒤편 부곡공단의 제철소 굴뚝에서는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컨테이너 트럭이 연방 드나든다. 이곳이 청석골과 한곡리를 오가며 청춘을 불태우던 상록수의 무대이다. 소설 속의 한곡리는 한진포구와 부곡리를 합처지은 가상의 마을이다. 동혁이 영신을 기다렸던 한진포구는 실제로 70년대 초반까지 인천을 왕래하는 여객선이 드나들었고, 80년대 초까지 경기도 평택을 오가는 배가 운행했었으며, 지금은 거대한 제철소의 울타리 안이 되었다. 심훈의 본명은 심대섭이었으며, 청송 심씨인 그는 경기도 과천군(현재 서울 흑석동)에서 태어 났다. 경성제일고보(현 경기고) 재학 중 학생시위 사건으로 수감되었으며 어머니께 드리는 옥중편지가 심훈의 남긴 최초의 육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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